탈리도마이드 사건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역사상 최악의 약물 부작용 사건으로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독일에서의 제품명은 콘테르간, 미국에서의 제품명이 탈리도마이드입니다. 해당 사건으로 수많은 피해자를 낳고 그로 인해 뼈저린 교훈을 주는 사건이었는데요. 간단하게 사건의 전말을 알아보겠습니다.
1950년대 독일의 그뤼넨탈이라는 제약회사에서 진정제, 수면제로 개발된 약이었습니다. (그뤼넨탈이라는 제약사는 항생제로 유명한 페니실린을 만든 회사로 독일의 10대 부자 회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이후의 연구에서 임산부의 입덧 완화에도 효과가 입증되어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 시판되기 시작합니다. 동물 실험에서의 부작용이 거의 없던 터라 무독성 기적의 약이라고까지 불리며 의사의 처방전 없이 일반 약국에서 쉽게 판매가 되었습니다. 무독성이며 안전하다는 홍보와 더불어 손쉽게 구매까지 가능한 이 약은 1957년 엄청난 인기를 끌며 많은 판매가 이루어지게 됩니다. 1958년 경 탈리도마이드를 처방한 의사들에 의한 심심찮은 부작용 사례가 계속해서 올라왔지만 비임상실험의 부작용 없음을 이유로 부작용 사례들이 무시된 채 계속해서 판매가 되게 됩니다.
이후 유럽뿐 아니라 미국에서의 판매를 위해 그뤼넨탈은 미국 FDA에 판매 신청을 하게 되는데 본인들 생각에는 부작용도 없고 좋은 효과를 보이는 이 약이 당연히 승인될 거라는 생각하에 미리 탈리도마이드의 재고를 쌓아두게 됩니다. 그런데 FDA의 신약 허가 담당자였던 프란시스 올덤 켈시 박사는 서류 미비, 자체 실험자료 미비, 태아에게 미치는 영향 검토의 불충분을 이유로 승인을 거절하게 됩니다. 제약사는 켈시 박사의 이러한 승인 거절에 합당한 새로운 자료를 보충할 생각은 하지 않은 채 온갖 회유와 켈시 박사 때문에 제약회사의 천문학적인 금전적인 손실을 본다는 등의 갖은 압박으로 1년간 6번이나 승인 신청을 하게 되지만 모조리 거절을 당하게 됩니다.
승인이 거절당하는 동안 점점 탈리도마이드 장기 투약 환자 중 일부가 팔, 다리 신경 손상이 발견되면서 탈리도마이드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습니다. 그리고 독일과 유럽에서 탈리도마이드를 복용한 임산부들에게서 기형아의 출산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하며 문제제기가 대두되고 있었습니다. 탈리도마이드의 부작용 연구 결과 임신 후 42일 이전에 단 한 알이라도 복용한 경우 100%로 사지가 없거나 매우 짧고, 손가락과 발가락이 모두 없어지거나 제대로 생성되지 않은 기형아가 출산된다는 사실이 확인이 되었고 1961년에서야 독일에서 판매금지 처분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해당 사건 직후의 독일 정부에서는 탈리도마이드 사건이 터진 이후 책임을 회피하기 급급했습니다. 독일의 연방보건청은 해당 사건 이후 수습을 했어야 했지만 바겐부르크 멘탈로 일관했습니다. 바겐부르크 멘탈이란 문을 닫아 아무도 들이지 않고, 밖의 소리를 모두 무시하고 모르는 척한다는 뜻입니다. 탈리도마이드는 양쪽의 작용이 있는데 한쪽은 수면, 진정과 입덧 완화에 효과가 있지만 다른 한쪽으로는 혈관의 생성을 억제해 태아에게는 아주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약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판매가 이루어진 5년 동안 전 세계 46개국에서 1만 명이 넘는 기형아가 태어났고 유럽에서만 8천 명이 넘는 기형아가 태어난 뒤였습니다. 이러한 기형아는 반 정도는 출생 후 얼마 안 되어 사망을 하게 되며 살아남더라도 한평생 심각한 장애를 안고 살아가게 됩니다. 한편 같은 시기 미국에서는 올덤 켈시 박사가 신약 허가를 끝내 불허한 덕에 기형아가 단 17명뿐이었는데 이는 제약사로부터 연구목적으로 의사에게 제공된 샘플 약을 복용한 경우였다고 합니다. 이 일로 켈시 박사는 연방 민간인 봉사 부문 존 F. 케네디 대통령상을 수상하였고 해당 사건 이후 50년 만에 FDA는 공공의료를 보호하려는 미덕과 용기를 기리는 켈시상을 제정해 해마다 FDA 직원에게 수여를 하게 됩니다.
미국은 당시 '위험이 다 확인되지 않으면 아직 안전한 것이 아니다'라고 생각을 하였고 유럽은 '위험이 확인되지 않았으면 안전한 것이다'라고 생각을 한 것입니다. 일반적인 법의 논리에서는 인권의 존중을 위해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유죄가 입증되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을 한다고 하지만 이런 신약의 경우까지 이런 식으로 판단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신약과 관련해서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판단을 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실험을 해서 안전한다고 판단을 해도 다양한 인체 반응에 의해 극소수에게서는 언제든지 부작용을 나타날 수가 있는 것이 약물인데 대충의 실험을 해 놓고 안전하다고 판매를 해 버리는 것은 양심을 넘어 영혼을 판매하는 행위가 아닐까 싶습니다. 흔히 돈이 없는 가난한 사람이 돈의 노예가 되는듯한 묘사가 종종 보이는데 저는 오히려 잘못하면 돈이 많은 사람이 오히려 더욱더 충성스러운 돈의 노예가 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탈리도마이드는 1957년부터 1961년까지 전 세계 46개국에서 판매가 되었습니다. 그 당시 대한민국은 사회적, 경제적 여건이 되지 않아 판매가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것을 보면 우리는 당장의 눈앞에 벌어지는 일들이 결과적으로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알 수가 없는 거 같습니다. 제약회사의 특성상 신약개발에 상당한 시간이 들어가고 천문학적인 연구개발비가 들어가니 좀 괜찮은(?) 신약이 개발이 된다면 서둘러 판매하여 돈을 회수하고 싶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약이라는 특성상 완벽하게 무독성에 장기 복용을 해도 괜찮은 약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약이라는 거 자체가 음식과는 달리 한쪽으로 치우친 편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인데 그러한 약들의 장기 복용은 항상 의도치 않은 다른 부분의 위협을 가할 확률은 언제든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다만 득과 실을 따져 실보다 득이 많은 경우 부분적으로 이용을 하는 것일 뿐입니다.
지금 신약이 많이 개발되고 백신들도 새롭게 많이 나오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무조건 국가나 제약사를 의심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무지성으로 모두가 괜찮다고 하니 괜찮겠지~라는 생각은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탈리도마이드 사건뿐만 아니라 이렇게 집단으로 사고가 난 사건들이 찾아보면 꽤 많습니다. 이러한 사고의 문제점은 미리 예방이 되지 않고 꼭 수많은 피해자가 나타나고 난 뒤에 연구가 되고 공론화가 된다는 것입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이런 피해자가 되지 않기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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